공수처법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근거 법안입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소위 ‘공수처’라고 불리는 공수처를 존재하게 해주는 법안인데요.
법안에 따르면 공수처의 수사 대상은 대통령, 국회의원,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국무총리,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등으로 경찰·검사·판사는 공수처가 직접 기소하고 공소유지도 할 수 있습니다.
- 공수처의 시작 -
1996년 1월 참여연대는 부패방지법 제정을 위한 입법운동 과정에서 기존 공직자윤리법의 보완과 함께 부패수사를 전담하는 독립기관으로서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의 도입을 주장하는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참여연대는 16대 총선에서도 부패방지법 제정 캠페인을 전개하고, 총선 후에도 입법청원운동을 전개하였다. 그 해 12월 3일 새정치국민회의 소속 의원 7명이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의 설치를 포함한 부패방지법안을 발의함으로써 국회에서의 논의가 본격화되었으나, 이후 논의 과정을 거쳐 2001년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 설치가 제외된 부패방지법이 최종적으로 통과되었습니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 '공직비리수사처'의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한 바 있으며, 노무현도 대선 공약으로 ‘공수처’ 설치 공약을 내세운 바 있으나, 모두 무산되었죠.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문재인 모두, 그간 문제가 되었던 대한민국 검찰청의 기소독점주의가 갖는 폐해와 특별검사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여 공직자의 비리를 척결하기 위한 대책을 대선에서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박근혜 특별감찰관과 상설특검 제도의 도입을 주장한 반면, 문재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의 설치를 주장하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으로 당선됨에 따라,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이 도입되기는 하였으나 이러한 제도가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습니다. 변호사 이석수가 초대 특별감찰관으로 임명되었으나, 정작 조사한 결과를 내놓기도 전에 대통령이 직접 잘라버린 일도 있었죠.
2016년 20대 총선에서 여소야대 정국이 되고 100억대의 수임료를 수수한 검사장 출신의 홍만표, 넥슨과의 비리 의혹에 휩싸인 진경준 전 검사장, 우병우 등의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공직자 기강을 바로잡자는 의미에서 공수처 설치 논의가 다시 수면위로 부상했는데요.
정의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이 제시하는 안에 따르면 공수처는 공직자 및 대통령 친인척의 범죄행위를 상시적으로 수사·기소할 수 있는 독립기관으로 공수처를 통해 고위공직자 등의 부정부패와 권한 남용을 방지하고, 국가운영의 투명성과 공직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고자 함이 목적입니다.
사실 공수처는 새로운 개념이 아닌데요. 1998년 국민의 정부 들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흔히들 말하는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고 "공직비리수사처"를 신설할 예정이었으나, 당시 검찰의 반발로 무위에 돌아간 적이 있습니다.
아예 공수처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운 참여정부 들어서도 당시 법무부장관이던 강금실이 독립된 기관인 "공직자부패수사처"를 신설하려 했으나, 당시 검찰총장 송광수가 "검찰의 권한 약화를 노린 것"이라며 반발해 역시 무산되었습니다.
- 중립성 논란 -
국회의 추천과 동의를 얻어 공수처장을 임명한다고 한들 집권정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 그 중립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과 여소야대이면 오히려 대통령과 여당이 매우 불리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딱히 집권정당에게만 무조건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모두 존재합니다.
공수처에 반대하는 입장 중에는 정말 검찰을 기소권을 견제하는게 목적이라면 대배심제를 도입하거나 아니면 같은 취지로 이미 과거에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특검제도를 확대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대통령 직속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공수처 설치를 굳이 선의와 중립성을 의심받으면서 밀어붙여야 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대배심제의 경우 국민정서법에 의한 인민재판이나 배심원의 매수를 우려하는 입장도 존재하는게 사실이지만 대배심제도는 민간인이 사법절차에 참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떼법으로 사법절차를 무력화시키는 인민재판과는 구분이 되며, 매수의 유혹의 경우에도 과연 배심원이 판검사와 비교해 유달리 더 취약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관예우에서 보듯, 판검사이라고 돈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않은데요. 오히려 소수의 판검사를 매수하는 게 쉬울지, 아니면 10명이 넘는 배심원을 소리 소문 없이 매수하는 게 쉬울지는 한번 생각해볼 사항이죠.
공수처의 모델인 홍콩의 ICAC 및 싱가포르의 CPIB의 경우, 아시아 국가들 중 청렴도 1~2위에 오르는 등 부패행위의 방지 측면에서 큰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지만, 수사권만 있고 기소권은 없는데도 야당 탄압 논란이 있기도 했습니다.
싱가포르의 CPIB에서 정부를 비판한 대학교수를 조사했으나 무죄 판결이 난 경우도 있고, 홍콩의 ICAC 또한 야당 인사들을 도청했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 외국 사법기관과의 비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홍콩의 ICAC와 싱가포르의 CPIB을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해당 기관들은 공수처와 비교해 다음과 같은 차이점이 있는데요.
1. 기소권. 외국의 기관들은 기소권이 없습니다.
→ 공수처는 전현직 판·검사와 경찰 간부 및 그 가족을 기소할 수 있습니다.
2. 소속. 행정부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 공수처는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어느 한쪽에도 소속되지 않습니다.
3. 수사범위. 공무원과 민간의 부정부패수사를 함께 담당합니다.
→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관련 범죄 외에는 민간 수사를 할 수 없습니다.
4. 권한. 영장 없는 도청, 함정수사 등이 가능합니다.
→ 공수처는 기소권 규정, 조적 특성상 필요한 절차상 특례규정(사건 이첩, 재정신청권 등) 이외에는 형사소송법 상의 권한과 책임이 그대로 부여됩니다.
공수처의 업무 내용은 ‘감찰위원회’와 유사합니다. 감찰위원회라는 기관은 공무원의 위법·비위 관한 조사와 정보의 수집, 해당 공무원에 대한 징계 처분과 그 소속 장관에 대한 정보 제공 또는 처분의 요청 및 수사 기관에 대한 고발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는데요.
1963년 심계원(감사원의 전신, 국가의 수입·지출의 결산을 매년 검사, 확인하고 법률이 정하는 회례를 상시 검사·감독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대한민국의 중앙행정기관)과 통합되어 지금의 감사원이 되었습니다.
과거 공무원의 직무상 비위를 감찰하기 위하여 '감찰원'이란 기구를 설치한 바 있습니다. 감찰위원회를 대신해 대통령 직속으로 두기로 했던 기관으로 1955년 정부조직법 32조를 개정하는 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으나 실제로 운용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비교가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대한민국 검찰청 검사처럼 기소권과 수사권을 동시에 쥐고 있는 사법기관을 견제하는 경우 자체가 타국에서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검찰의 소위 ‘무소불위 권력’을 견제한다는 목적으로 공수처의 권한도 수사권과 기소권을 같이 주게 되는데요. 그렇다면 공수처는 누가 견제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도 합니다. 결국 공수처는 스스로 견제를 해야 하는 셈입니다.
이에 대해 금태섭 의원은 법무부 국감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라며 "특수부 폐지로 검찰이 직접 수사권을 내려놓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한다고 하는데 공수처는 왜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가져야 하는가."라고 지적하기도 했었습니다.
공수처의 권한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검찰이 권력형 비리를 수사한다고 했을때, 공수처장이 이첩을 요구하면 의무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인데요. 현 정권에 불리한 수사들을 진전시키지 못하게 막는 장치로 공수처가 활용될 수 있다는 의혹이 나오는 부분입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다는 말이 있는데요. 현재 법안이 통과된 상태에서 사실상 절대 권력이 탄생한 지금 이후에 어떻게 흘러갈지 걱정도 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싱가포르 처럼 청청 국가가 될 수 있을지 기대 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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